하늘 독서 후기 40

<데미안> by 헤르만 헤세 를 다시 읽고...

당신의 데미안은 어디 있나요? 아직 만나지 못하셨나요? 아니 꼭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지요?  특정 종교의 선을 긋는 유일논리를 벗어나, 그동안 그리고 앞으로도, 다양한 작가들의 삶 속에 깃들여진 '인생'을 엿보았고, 물론 그들의 삶을 따라가 보게 될 것 같다. 몇 세기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이 갖는 사고의 방식은 그닥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왜? 기본적으로 우리는 인간이라는 같은 종(種)이지 않은가? 단지, 수레바퀴 속의 등장인물만 바뀌고 있지 않은가? 몇 세기가 지나도 또 다른 인간은 지금의 우리와 같은 고민 속에서 살고 있지 않을까? 이렇게 보면, 니체의 '영원회귀'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는, 그의 차라투스트라를 언제쯤이나 만나게 될 지, 내심 기약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지나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by 도스토옙스키

한 권에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 그리고 세 권으로 묶여있다. 두꺼운 책의 겉면을 보고 있자면, 아마도 버겁다는 생각에 쉽게 손에 잡힐 것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꽤나 유명한, 그리고 이 작가만으로도 논문을 써 학위를 받기도 하고, 세계 곳곳에서도 평생을 연구하는 소위 전문 지식인들도 허다하지 않은가? 그러면,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있을테고... 그런 이유를 맛 보겠다고 남의 Youtube를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어차피 내 것이 아니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지워져 버리기 일쑤다.   2025년 새해를 맞는 날이 왔다. 새해에 구입한 나의 첫번째 책, 그리고 새해부터 읽기 시작한 책, 뭔가 의미있게 시작하니, 끝은 볼 것 같았다. 1879년에 라는 잡지를 통해서 연재가 되기 시작하여,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by 밀란 쿤데라

씹으면 씹을수록 그 맛을 느낀다. 칡뿌리를 입에 넣고, 칡맛이 모두 빠질 때까지 씹어대곤 했다. 같은 산도 여러 번 올라가다보면, 지난 번엔 못 봤던 곳도 보이듯이, 읽었던 책도 다시 보면 지나쳤던 부분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한 권의 책 안에, 한 작가의 인생이 녹아있는 데, 어찌 한 번, 아니 두 번 읽었다고 모두 아는 척을 할 수 있겠는가.  밀란 쿤데라의 을 재독(再讀)하면서, 책 속에 담긴 '인간'의 모습들에 나의 삶을 비춰보고, 나의 삶 속에서 '참아지지 않는 가벼움의 존재'를 헤아려 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의 흐름으로 전개되기 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그들의 내면을 탐구한다. 그러므로,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고, 한 사건이 다른 사람시점으로 다른 장에서 또 묘사되기도 한다. 그..

<길 위의 철학자> by 에릭 호퍼

일단 책의 제목에 매료되었다. 새로운 음식의 탄생이 떠오른다. 과연, 새로운 음식을 만들려면 기존의 방식대로 만들어야 하겠는가? 새삼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에릭 호퍼'의 삶이 우리가 흔히 접하던 철학자의 삶과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에릭 호퍼는 자신의 인생에 열정을 다해 살아왔다. 단지 그는 일을 하고, 책을 읽고, 그리고 연구를 하는 즐거움을 누려왔다. 그의 사색은 품안의 작은 노트에 문장들을 남기고, 문장들은 그의 각종 저서를 이루게 되었고, 그 결과로 우리는 그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죽지 못해 사는 도시의 노동자에서 방랑자인 떠돌이 노동자로, 그리고 부두노동자로 자신의 생계를 위한 일을 해 왔던 노동현장의 삶을 본다. 어린시절 시력을 잃었다가도 회복되자마자 책을 읽기..

<시지프 신화> by 알베르 카뮈

카뮈의 소설 을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하고 싶기에 그의 철학에세이 의 책장을 넘긴다. 누군가로부터 을 읽을 때는 를 같이 읽어야 한다는 조언을 듣기도 했던 참이다. 카뮈의 철학에세이 격인 , 소설 , 그리고 희곡 , 이렇게 3편의 각각 다른 형태의 작품으로 그의 부조리가 세상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목차의 소제목을 살펴보면, 부조리의 추론 / 부조리한 인간 / 부조리한 창조 / 시지프 신화, 이렇게 4개의 주제로 그의 철학세계를 논한다. 카뮈의 사상을 논하며 자연스럽게 포함시켜 놓은 각 철학자들의 사상 또는 작가들의 작품 등을 살펴 볼 수도 있었는데, 이를 통해, 젊었던 카뮈의 지적탐구에 대한 열망과 방대하며 심도있던 사고의 탐구에 대한 감탄을 연발하기도 한다. 생의 반세기를 살았음에도, 나는 그가 20..

<농담> by 밀란 쿤데라

으로 내게 다가왔던 밀란 쿤데라, 그의 처녀작이라고 하는 은 항상 마음 한 구석에 있으면서 언젠가는 접해보길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들어 새삼 느끼는 것으로는, 한 권의 책을 읽으려 그 안으로 들어가지만, 결국은 그 책으로부터 샘물이 시작되듯, 그 작가가 살던 시대의 상황, 그의 생각을 쫓아보려 하고, 그때의 사회 분위기, 지명 등을 찾아보면서, 오히려 책 밖에 있는 것들에 대한 탐구를 해 가는 나를 보게 된다. 이러하기에, 책은 그저 '한 권의 책'이라고 할 수 없다.  1965년 12월 5일, 작가는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을 마친 후, 자신의 기록을 마치는 의미로 날짜를 남겨놓았다. 여느 책에 있는 작가의 소개란과는 달리, 단 세줄만 남겨놓은 그에 대한 소개(밀란 쿤데라 Milan Kundera. 체코..

<면도날> by 윌리엄 서머싯 몸

1944년에 이 작품을 발표했고, 1874년에 작가가 태어났으니... 그리고 책 속에서 1차 세계대전과 1929년 경제대공황의 언급이 있던 걸로 봐서 최소한 10여년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쓰고있는 작가 '서머싯 몸'을 그려본다. 530여 페이지로 담겨있는 것을 보면, 그다지 짧은 소설은 아니지만, 두껍다고 부담이 있는 책은 아니다. 이미, 그의 작품 를 접해봐서 그런지, 이라는 책 제목 -책 내용에서는 전혀 언급이 없는- 또한 특이하지 않게 그럴 것이다는 짐작을 확인시켜 주었다.  책을 덮고선, 바로 책의 소표지에 담긴, 단 한번 언급된 '면도날'의 문장을 다시 읽어본다. "면도날의 날카로운 칼날을 넘어서기는 어렵나니. 그러므로 현자가 이르노니, 구원으로 가는 길 역시 어려우니라."- 카타 우파니샤드  ..

<성 The Castle> by 프란츠 카프카

얼마전, 이라는 단편소설에 이어, 이라는 소설로 '프란츠 카프카'와의 두번째 만남을 갖는다. 그러나, 에서와는 다르게, 이야기의 흐름이나 내용이 머릿 속에 잘 그려지지는 않는다. 갑자기 뚝 떨어진 곳에서 이미 기존에 박혀있던 관념에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는 토지측량사 'k'를 본다. 그가 헤메는 것과 같이, 읽고 있는 나도 헤메고 있고, 어느 순간에는 책은 읽지만 머리로는 딴 생각을 하고 있는 멍한 순간이 유난히 많았던 독서였다.  을 이해해 보기 위하여,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삶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찾아보게 되었다. 작가 '밀란 쿤데라'를 접했을 때, 그에 관해 언급했던 고독의 아이콘, 또 '알베르 카뮈'처럼 태생에서부터 이방인이었던 존재, 그리고 '카뮈'가 지속적으로 고민했던 삶의 부조리에..

다시 <소년이 온다>를 읽고,

간 밤의 수면이 깊지 않았던 것 같다. 중간에 한 번은 눈을 뜨고, 이불을 걷고 자리를 나온다. 시계를 보니 2시 어느때쯤... 겹겹이 펼쳐놓은 홑이불들로 몸을 감싼다. 자정이 넘어서 잤으니, 단지 얕은 휴식을 취한 기분이다. 아직 배어있는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어느덧 잠을 이어간다. 5.18 관련 행사인가, 제 3자의 모습으로 먼 발치서 보고 있는 내가 우두커니 서 있다. 어느 나레이션이 목소리가 다소 익숙해진 의 문체로 기념식을 설명하고 있다. 눈을 뜬다. 마치 어두운 새벽인 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 역시 6시 몇 분이다. 어제와 같다. 그저께부터 를 다시 읽고 있는 틈틈이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영상이나 자료들을 찾아보곤 하고 있다. 관련 영화도 보기도 했다. 어떤 영상물은 50분정도의 분량이라, ..

<대지 1부> by 펄벅

1931년에 발표되었다. 중국의 어느 성 밖에 있는 시골농부의 이야기이다. 그 빈농이 젊어 결혼하고 죽기까지의 살아온 인생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삶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와 그의 선조들 모두가, 땅에서 시작해서 땅으로 끝나는, 대지와 연결된 한 인간의 인생을 볼 수 있다. 어떤 한 사건이나, 기간을 중점적으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었다기 보다는, 주인공 왕룽의 결혼 전부터 죽기까지의 일어났던 일들을 열거한 느낌이다. 때문에, 인생에 대한 고찰 혹은 가슴 속 깊은 감동이라기 보다는 어느 중국인 농부의 인생 역경을 극복하는 영화 한 편을 본 듯 하다.  영어 타이틀로는 라고 한다. 새삼스레 소설이 출판되었던 그 당시를 상상해 본다. 서양사람들 기준으로 봤을 때, 동양의 크다고 하는 중국을 배경으로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