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 4

<길 위의 철학자> by 에릭 호퍼

일단 책의 제목에 매료되었다. 새로운 음식의 탄생이 떠오른다. 과연, 새로운 음식을 만들려면 기존의 방식대로 만들어야 하겠는가? 새삼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에릭 호퍼'의 삶이 우리가 흔히 접하던 철학자의 삶과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에릭 호퍼는 자신의 인생에 열정을 다해 살아왔다. 단지 그는 일을 하고, 책을 읽고, 그리고 연구를 하는 즐거움을 누려왔다. 그의 사색은 품안의 작은 노트에 문장들을 남기고, 문장들은 그의 각종 저서를 이루게 되었고, 그 결과로 우리는 그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죽지 못해 사는 도시의 노동자에서 방랑자인 떠돌이 노동자로, 그리고 부두노동자로 자신의 생계를 위한 일을 해 왔던 노동현장의 삶을 본다. 어린시절 시력을 잃었다가도 회복되자마자 책을 읽기..

<시지프 신화> by 알베르 카뮈

카뮈의 소설 을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하고 싶기에 그의 철학에세이 의 책장을 넘긴다. 누군가로부터 을 읽을 때는 를 같이 읽어야 한다는 조언을 듣기도 했던 참이다. 카뮈의 철학에세이 격인 , 소설 , 그리고 희곡 , 이렇게 3편의 각각 다른 형태의 작품으로 그의 부조리가 세상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목차의 소제목을 살펴보면, 부조리의 추론 / 부조리한 인간 / 부조리한 창조 / 시지프 신화, 이렇게 4개의 주제로 그의 철학세계를 논한다. 카뮈의 사상을 논하며 자연스럽게 포함시켜 놓은 각 철학자들의 사상 또는 작가들의 작품 등을 살펴 볼 수도 있었는데, 이를 통해, 젊었던 카뮈의 지적탐구에 대한 열망과 방대하며 심도있던 사고의 탐구에 대한 감탄을 연발하기도 한다. 생의 반세기를 살았음에도, 나는 그가 20..

회원 '이현' : <꿀벌과 천둥> by 온다 리쿠

책으로 하는 음악 감상의 신세계, 꿀벌과 천둥 음악을 듣고 느끼는 것에서 문자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해 준 책이다. 작가는 연주를 표현하면서 같은 말을 쓰지 않으려고 계속 퇴고하고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 덕분에 글자로 감상하는 연주는 내 상상력까지 더해져 훨씬 입체적이고 풍성해졌다. 2주간의 콩쿠르를 쓰는데 12년이 걸렸다고 하니, 표현 하나하나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피아노는 내게 애증의, 결코 넘지 못했던 산이다. 피아노를 전공한 우리 엄마는 내가 여섯 살때부터 내게 피아노를 가르치셨다. 그땐 다 그랬겠지만, 레슨 시간 엄마는 엄했고, 손 모양이 흐트러질때마다 자로 손등을 때렸다. 이 악보를 30번 치라는 숙제를 내 주시고 장을 보러 나가셨고, 나는 엄마가 내 ..

<농담> by 밀란 쿤데라

으로 내게 다가왔던 밀란 쿤데라, 그의 처녀작이라고 하는 은 항상 마음 한 구석에 있으면서 언젠가는 접해보길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들어 새삼 느끼는 것으로는, 한 권의 책을 읽으려 그 안으로 들어가지만, 결국은 그 책으로부터 샘물이 시작되듯, 그 작가가 살던 시대의 상황, 그의 생각을 쫓아보려 하고, 그때의 사회 분위기, 지명 등을 찾아보면서, 오히려 책 밖에 있는 것들에 대한 탐구를 해 가는 나를 보게 된다. 이러하기에, 책은 그저 '한 권의 책'이라고 할 수 없다.  1965년 12월 5일, 작가는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을 마친 후, 자신의 기록을 마치는 의미로 날짜를 남겨놓았다. 여느 책에 있는 작가의 소개란과는 달리, 단 세줄만 남겨놓은 그에 대한 소개(밀란 쿤데라 Milan Kundera. 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