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으면 씹을수록 그 맛을 느낀다. 칡뿌리를 입에 넣고, 칡맛이 모두 빠질 때까지 씹어대곤 했다. 같은 산도 여러 번 올라가다보면, 지난 번엔 못 봤던 곳도 보이듯이, 읽었던 책도 다시 보면 지나쳤던 부분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한 권의 책 안에, 한 작가의 인생이 녹아있는 데, 어찌 한 번, 아니 두 번 읽었다고 모두 아는 척을 할 수 있겠는가. 밀란 쿤데라의 을 재독(再讀)하면서, 책 속에 담긴 '인간'의 모습들에 나의 삶을 비춰보고, 나의 삶 속에서 '참아지지 않는 가벼움의 존재'를 헤아려 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의 흐름으로 전개되기 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그들의 내면을 탐구한다. 그러므로,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고, 한 사건이 다른 사람시점으로 다른 장에서 또 묘사되기도 한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