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쿤데라', 작가는 작년에 작고하셨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존재는 무엇이지? 뭐가 가볍다는 거야? 왜 참을 수가 없을까? 여러가지 의문을 갖고 책장을 펼쳤다. 1부에서 7부까지의 목차를 보니, 목차가 3부를 기준으로 대칭형이다. 1,2부와 4,5부의 제목이 같다. 이건 왜 그럴까? 과연 어떤 이야기가 나오길래, 이 책 제목을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명작인 것일까? 책장을 넘기다 보니, 이건 도대체 뭐지? 나체에 관한 얘기, 성행위에 대한 얘기, 다수의 여성과 섹스를 즐기는 방탕아의 이야기 등... 도대체 작가는 무엇을 말하려 하는 거지? 그래, 조금은 알겠어... 소련의 체코 침공, 공산주의의 허상, 그런 체제내에서의 감시, 가벼운 것 vs 무거운 것, 오이디푸스의 비극 등등.. 가물가물 전체는 아니지만, 이해되는 부분 혹은 이 말은 참 좋은 표현이야..하며 줄을 그어가며 페이지를 넘겼다. 그러나, 아직 뚜렷이 잡히지 않는 작가의 의도... 그렇게 읽어가다 5부의 마지막 부분에 작가는 한 줄 글을 남긴다. '경계의 이면에서 내 소설이 추구하는 비밀이 시작된다.'
6부 <대장정>을 읽고나니, 존재(Being)가 무엇을 뜻하는 지가 떠오른다. 스탈린의 아들이 '똥'으로 인하여 죽음을 선택하게 된 가벼움을 보게 되었고, 우리 또한 가벼운 결정으로 쉽게 목숨을 거는 천칭저울에 몸을 던지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사비나가 싫은 것이 공산주의 자체가 아니라, 공산주의의 허울좋은 가면(키취 Kitsche라 할 수 있다)인 것을 보면서, 온 세상이 마치 키취(Kitsche)로 가득차 있고, 이 안에서의 '원래의 순수한 인간'을 표현할 방법으로 작가는 '나체'의 모습으로, 또는 누구나 경험하는 '섹스'에 관한 소재로 선정한 것은 아닐까? 그런 Being인 우리가 태어나(B-Birth) 죽는 날(D-Death)까지 C(Choice)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선택의 삶 속에서, Kitsche의 삶 속에서, 가볍게도 살고, 무겁게도 살며, 우리 각자의 길을 간다. 돌아오지 않는 길을 간다. 오직 한 번뿐인 인생을 산다. 그래서 그럼 어쩌라는 건데? 가벼운 건 무엇이고 무거운 건 무엇인가? 무엇이 좋은건가? 삶에서 좋은 것은 이것이야 할 수 없지만, 가벼운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빈 냄비, 줏대없음 등'의 나쁜 것이 아니고, 그것은 '순수', '어린아이의 눈'을 의미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무거운 것이 '신중을 기하는 이성적'인 그런 차원있는 것이 아니고, 알게 모르게 짊어진 모든 삶의 무게, 또는 연결고리들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또한 키취(Kitsche)로 가득한 인간의 세상, 문득 나도 모르게 키취(Kitsche)의 주인공이 되어 있기도 하는 '가식의 세계', 정치에서부터 사회, 도덕, 문화, 종교에 이르기까지 눈을 뜨면 펼쳐지는 그 Kitsche의 세계에서 '진실'되게 사는 '나'로 사는 것, 그것이 한번으로 지나가는 인생에서 가벼움을 갈망하는 행복의 길은 아닌가?
7부 <카레닌의 미소>에서는 테레사는 키우던 개 '카레닌'을 보는 것이, 마치 토마스가 테레사를 보았던, 바구니에 담긴 아기를 보살펴야 겠다는 느낌, 그래서 그 책임을 갖게되고, 그렇게 사랑을 했던 토마스의 입장이 되어본다. 카레닌을 통해 테레사는 토마스의 사랑을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앞에서는 많은 나체의 여인들을 세워두고 맘에 들지 않는 이들에게 총을 쏘며 한 명씩 걸러내던 토마스에 대한 그런 꿈을 꾸웠던 테레사가, 이젠 테레사의 품에서, 그녀의 손 안에 두고 있는 작은 토끼로 변화된 토마스의 꿈을 꾸게 된다. 테레사 자신의 약함으로 토마스를 옭아매었던 자기를 보는 것일까? 스스로 외부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시작하는 시골생활, 그리고 나이의 들어갊, 시간의 흐름 속에서 테레사는 토마스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보이고 싶어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 작가의 글로 나의 소감을 마치려 한다.
" 지금 그녀는 그때와 똑같은 독특한 행복을, 독특한 슬픔을 체험했다. 이 슬픔은 <우리는 종착역에 도착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행복은 <우리는 함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은 내용이었다."
6부를 읽으면서 '이런거야?', '와~~', '이거야!' 하는 감탄사를 내는 나를 보았다. 7부를 읽고나서는 가볍게 읽고 접을 책은 절대 아니야, 이번은 요만큼의 말로 제대로조차 표현못할 감동이 있었다면, 다음번은 어떤 강한 감정이 솟구쳐질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생기는 책이다. 나의 얕은 지식과 지혜로써는 작가가 담아놓으려고 했던 그의 생애의 경험(소설)을 모두 이해하기에는 지금으로선 너무나도 방대하고 벅차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적은 글을 보면서도 그래서 쓰고자 하는 주제가 뭔데? 하며 나의 글이 과녁에 꽂히지 않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책을 원작으로 영화 '프라하의 봄'이 만들어졌고, 작가는 그 영화를 보고 '앞으로는 절대로 자기의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라는 혹평을 했다고 한다. 내게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지금 무겁게 나의 머리를 누른다. 다음 번에 읽을 때는 좀 더 깊은 울림을 가질 수 있겠지? 가벼워질 그때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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