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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by 한강

에 이어 한강 작가의 다른 작품을 손에 쥔다. 이미 영화로 또는 수상이력으로 이 작품의 제목은 나도 어렴풋이 들어 본 것 같다. 작가와 같은 도시에서, 같은 세대를 거치며, 또 같은 사회를 겪으며 자라왔지만, 나는 도무지 체험할 수 없었던 여성이 가졌던 내적 분노, 타협, 무력감 등을 엿본 것 같다. 세 개의 단막으로 구성된, 각 장은 발표시기와 발표된 책자가 서로 다르기도 하다. 이렇게 각각이 한편의 단막극이지만, 또한 모아놓으니 하나의 작품이었다.  채식주의자작품속에 나오는 '영혜'가 갑자기 채식을 고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갑자기 온통 '피'에 묻힌 손, 입, 얼굴, 날고기를 씹어대는 그런 혐오의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서 고기를 완강히 뿌리치고, 채식만을 고집하는 '영혜'..

<소년이 온다> by 한강

에필로그까지 모두 읽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입 밖으로 대뇌이는 한 마디... '고맙다', 그리고 '다행이다...'이다. '노벨문학상'이 아니었더라면, 과연 우리의 이 역사가 다음세대에 제대로 전달될 것인가? 우리의 이 이야기가 세상에 제대로 알려질 것인가? 이제 세계의 모든 이들이 읽고 판단할 것이다. 이 비극적인 시대와 상황이 소설의 배경이 될 수 밖에 없었던 내 나라, 내 조국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지만, 적어도 인간으로서의 '양심'을 전 세계적으로 공유할 수 있겠다. 정치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영어로서의 타이틀이 인 바와 같이, 이 상황을 만든 인간, 이를 겪어간 인간, 그들의 주변인들의 삶을 보자는 것이다.  어린시절 나는, 북한군들은 늑대의 모습으로 나오는..

<무기여 잘 있거라> - 어니스트 헤밍웨이

이 책이 나의 ebook reader에 들어 있은지, 두 서너 달은 된 것 같다. 다른 책들을 읽게 되는 경우가 계속해서 생기다보니, 계속 미루고 있던 터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의 커져만 가는 전쟁 확산, 그리고 시민학살의 광기를 매번 뉴스에서 접하다보니,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다. 다른 이의 죽음은 있지만, 나의 죽음은 없는 것처럼 살고 있는 '나', 다른 이에게 '전쟁'은 있지만, '나'에게는 '전쟁'이 없다고 살고 있지는 않는가? '전쟁'의 피해를 받은 이들의 고통은 어떨까...? 그리고 그들의 삶은, 인생은...? 마침내는 나라, 년도나 날짜, 지명, 도로번호 등의 숫자 같은 것으로만 남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의 슬픔, 고뇌, 아픔, 이야기 등..

<여자의 일생, 단편선> - 기 드 모파상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 1850~1893)', 짧은 인생을 살고 갔다. 신경질환을 앓고, 정신병원에 있다가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문득, '니체'의 생의 마감도 정신병원이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소설 을 읽으면서 받았던 삶 속에 내재한, 아니, 삶 속에 필연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그러나 마치 그것이 없는 것처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관찰하던 '알베르 카뮈'의 시선에 대한 감동을 갖고 있었다. 그런 '카뮈'에 관한 글을 읽다가, 우연히 '모파상'의 글들을 읽었었다던 문구가 머릿 속에 지워지지 않고 있었고, 그렇게 작가 '모파상'의 작품에 대한 독서의지는 나의 내면 어딘가에 간직되고 있었다. 마침, 최근 에 이어, '셸리 리드'의 을 읽고, 이 추세를 이어, 여자..

<흐르는 강물처럼 Go as a river> - 셸리 리드

흔히, '베스트셀러'라고, 요즘의 유행하고 있는 책을 선택하여 읽은 두 번째의 책이다. 그동안의 내가 읽었던 책의 리스트를 살피다보니, 주로 남성작가가 썼던 작품이었는데 마침, 지역 독서모임에서 이번달 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선정하였기에, 주저함없이 첫 장을 넘기면서 주말을 맞이했다. 새삼, 여성 작가의 문체를 경험해 보고 싶기도 했고, 여성의 삶에 대해 이성인 내가 조금은 느껴보고 싶은 충동이랄까? 그런 생각도 있었다. 또한,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나라, 살아가고 있는 시대, 그리고 나와 연배가 비슷할 것 같은 작가의 필체라 그런가?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 이틀만에 읽혀진 걸 보니, 어렵게 다가온 것도 아니고, 영화를 보며 지나가듯이 부담없이 보낸 시간이었다.  먼저, 나는 이 책에서 주인공인 빅토..

<파우스트(완역본)>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명화수록 무삭제 완역본 !", 내용을 보지 않고도 사서 볼까?하는 구미가 당기는 문구이다. 덜컥 책을 구매하고 읽기 시작한다. 아! 이것은 도대체 무슨 말인가? 때로는 구약성경을 읽는 듯하다. 때로는 시 한편을 읽는 듯하다. 그처럼, 이해하지 못하고 읽어나가는 경우도 있고, 한 문장에 담겨진 오묘한 인생의 뜻이 담겨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파우스트'라는 제목으로 판매되고 있는 책은 축역본(축소해서 의역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흔히, 머릿 속에 영화를 그려가며 따라가기 편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어쨌든, 이미 시작은 했다. 머릿 속에는 방금 전 읽은 내용이 남지를 않아, 다시 읽기도 한다. 그렇게 비극 1부를 끝내고, 비극 2부를 시작하니, 더 큰 난관이 나를 기다린다. 괴테는 그리스 신화의..

<달과 6펜스> - 윌리엄 서머싯 몸

처음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로는 누군가 미술작품 전시회를 홍보하는 문구를 보았다. 전시회 명칭이 '달과 6펜스'란다. 어느새 번뜩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아! 이 책을 한 번 읽고 싶구나.' 책을 읽기 전에 잠깐 검색해 보니, 화가 '고갱'의 삶을 모티브로 하였고, 작가는 '고갱'의 삶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기 위해 실제로 타히티 섬에도 가기도 했단다. 화가 '고갱'이라면, 누구나 들어봄 직한 유명한 이름... 첫 장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그래, 예술가의 삶은 어떤걸까? 그들의 고뇌는 어떠할까?' 내가 모르는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대를 안고 읽어 나갔다. 소설 속의 주인공, '스트릭랜드'를 보면서, '아! 고갱의 삶이 이렇게 처참하기도 했고, 이렇게 자기의 이상을 쫓기 위해서 강렬했던가? ..

그리스인 조르바 - 두번째 읽은 후...

좋은 책은 역시 최소한 두 번은 읽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 세대가 지나면서도 여전히 독자들에게 읽혀지고 있는 책들이라면, 그 가치를 가늠해 볼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소설속의 '나'는 바로 작가 자신을 뜻하며, 그는 2년여에 걸쳐 형이상학적 논리에 사로잡혔던 '부처'에 대한 미완성인 원고를 붙들고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런 때에 바로 영혼의 몸부림, 즉 삶의 자유, 축복, 완전함 등의 실제모습으로 표현되어 나오는 '조르바'를 만나게 된다. 물론, 작가 자신도 종이에 쓰여진 논리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세계에서 배울것이라는 욕망이 있었기에, '조르바'를 알아보게 되지 않았을까? 작가 자신도 고백하기를 '조르바'는 그에게 삶에 대한 사랑(열정)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을 가르쳤다고 할 만큼..

안나 카레니나 (3/3) by 레프 톨스토by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3권, 마지막 페이지의 마지막 문장, '나(레빈)는 삶에 그것(선 善)을 불어넣을 힘이 있다!'에 나의 형광펜이 칠해진다. 그리고는 나는 안나가 기차에 몸을 던져 자신의 삶을 마감한 장면을 떠올린다. 키티-레빈 커플과 안나-브론스키 커플의 대조되는 결말을 되새김질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그동안 로맨스나 여인의 삶에 대한 스토리에 관심이 없던 내가 '톨스토이'라는 남성작가가 표현한 섬세한 여성들의 생각, 느낌 그리고 사랑 등에 대한 이야기를 경험한 3주간(1권~3권)의 여정이었다. 내가 즐겨 읽었던 '삶'에 대한 주제라던가, 깊이 생각해 볼 만한 것에 대한 물음에 대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등장인물의 속내를 이리도 섬세하고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작가의 인간관찰에 대한 감탄을 하지 않을..

안나 카레니나 (2/3) by 레프 톨스토이

이 소설을 읽어가면서, 각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생각을 담아내는, 깊이있고 사실적이며 생동감있게 묘사하는 작가 톨스토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두운 밤, 희미한 빛에 의지하며, 그의 현란한 펜의 춤사위를 그려보게 된다. 어떻게 한 작가로부터 이렇게 다양한 인물의 속성들이 마치 실제 인간들의 모습인양, 그 속내를 나타낼 수 있을까? 마치,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인간의 모습처럼 말이다. 뿐만 아니라, 각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에 있어서의 정치, 역사, 종교 등의 삶의 다방면에 걸쳐져 있는 방대한 지식이 작품속에 사실적인 묘사로 녹아져 있는 것을 보면, Fiction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실제 이야기들을 읽고, 보는 느낌이다. 새삼, 톨스토이가 이 작품을 얼마동안 썼을지가 궁금해져 검색해보니, 4년의 기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