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까지 모두 읽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입 밖으로 대뇌이는 한 마디... '고맙다', 그리고 '다행이다...'이다. '노벨문학상'이 아니었더라면, 과연 우리의 이 역사가 다음세대에 제대로 전달될 것인가? 우리의 이 이야기가 세상에 제대로 알려질 것인가? 이제 세계의 모든 이들이 읽고 판단할 것이다. 이 비극적인 시대와 상황이 소설의 배경이 될 수 밖에 없었던 내 나라, 내 조국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지만, 적어도 인간으로서의 '양심'을 전 세계적으로 공유할 수 있겠다. 정치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영어로서의 타이틀이 <Human Act>인 바와 같이, 이 상황을 만든 인간, 이를 겪어간 인간, 그들의 주변인들의 삶을 보자는 것이다.
어린시절 나는, 북한군들은 늑대의 모습으로 나오는 만화를 보며 자랐다. 어린시절 나는, 말 잘못하면 '빨갱이'라고 얘기듣고 잡혀갈 수 있다고 들으며 자랐다. 1980년 5월 18일, 당시 국민(초등)학생으로 서울에 있던 나는, 이런 일이 있는지 조차 모르면서 자랐다. 대학시절 나는, 강제진압의 영상이나 자료들을 보면서 분개하며 성장했다. 제법, 사회에서는 연극이나 영화를 통해서, 5.18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을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과 언론은 사실을 거짓으로, 거짓을 사실로 둔갑시키고 있다. 그렇게 우리에게 지속적인 세뇌의 화살을 쏘아대는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주, 어떤 소설가는 작가 '한강'이 역사를 왜곡했다는 SNS를 올리고, 또 그에 동조하는 글들도 떠다니고 있다고 뉴스에 나오지 않고 있는가?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646067_36515.html
이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이다. 다음세대들에게 어른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고마울 뿐이다. 사실이 감추어지지 않는다는 진리를 남겨줘서...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중략--
나를 사로잡은 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선생은 압니까, 자신이 완전하게 깨끗하고 선한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양심이라는 눈부시게 깨끗한 보석이 내 이마에 들어와 박힌 것 같은 순간의 광휘를." - 책의 내용중에서...
전체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각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 죽은 자의 이야기, 살아있는 자의 이야기, 살아야 하는 우리의 이야기가 있다. 역사적 사실을 헤쳐 온 우리의 이야기이다. 우리의 살을 애는 아픔이다. '모나미 볼펜'을 보면 생각나는 뼈의 고통이 담긴 이야기이다. 무고한 시민들이 처참하게 짓밟혔고, 그들을 짓밟던 그 순간을, 이제는 전 세계인들이 '양심껏' 만나게 해 주어서 다시한번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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