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not part>라는 제목으로 2025년 2월이나 되어야 영문으로 출간된다고 한다. 미 발표된 노벨문학상 작가의 작품을 원어로 해외에서 먼저 접할 수 있는 특권을 맛보며, 개인적으로는 10월 동안을 작가 '한강' 스페셜로 보낸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책을 처음 접하는 분들께는, 책을 읽기에 앞서, 제주 4.3항쟁에 대하여 youtube나 웹검색으로나마 간략하게 기본정보를 먼저 접하기를 권하고자 한다. 그리하면, '한강'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와 좀 더 가깝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마치 <소년이 온다>의 연작소설 느낌이다. 작가의 다른 소설 <채식주의자>내의 3장이 각각 단편으로서, 그러나 하나의 이어진 작품으로 다가왔던 바과 같이, <소년이 온다>의 연장선을 이어가는 것처럼 다가온다.
나(경하)의 꿈으로 다가왔던, 의미를 모르겠는, 죽임을 당한 망령의 통나무들이, 친구인 인선에게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해보자는 제안으로 전해진다. 마침, 인선은 치매를 앓으시는 엄마를 통하여, 자신의 아버지, 엄마, 이모, 외삼촌의 겪은 발자취를 알아가게 된다. 신문이나 교도소 명부 혹은 편지 등을 통해 수집한 그들의 삶과 죽음의 흔적이 엄마의 설움과 아픔이었음을 알게되고, 그 아픔이 인선에게 전해지고, 나중에는 경하에게까지 전해지는 한(恨)의 연장선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도, <소년이 온다>의 애잔한 아픔을 다시 꺼내어 든다. 제주 4.3항쟁, 여순사건, 보도연맹사건 등을 웹사이트에서 좀 더 깊이 찾아보기도 하면서, 희생된 분들의 후손들이 갖고 있을 아픔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전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도 멈추어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좀 더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나만 아니면 돼!'의 편협함의 우물 속에서 살게 될 듯하다. 이에 '한강' 작가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말을 남기고 싶다.
같은 민족에 총과 칼을 겨누게 하는 잔혹성을 가진 인간을 보고, 그 총과 칼에 피를 토하고, 생명을 잃은 아기, 엄마, 동생, 누이 등의 인간을 보았다. 그들 모두 같은 민족이며, 같은 나라에 살며, 같은 애국가를 부른다. 지배와 피지배, 폭력과 핍박, 학살과 희생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결코 멈춰지지 않는 자취였다. 인간의 역사가 이로 시작하여, 이와 같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가? 나의 다음 세대, 다음 다음세대...그리고 그 다음도... 이 역사는 반복되리라...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인간은.... 오직 '자기'를 지키는 것에 모든 것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한다. 그것이 학살이든, 고문이든, 멸살이든, 전쟁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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