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에 발표되었다. 중국의 어느 성 밖에 있는 시골농부의 이야기이다. 그 빈농이 젊어 결혼하고 죽기까지의 살아온 인생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삶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와 그의 선조들 모두가, 땅에서 시작해서 땅으로 끝나는, 대지와 연결된 한 인간의 인생을 볼 수 있다. 어떤 한 사건이나, 기간을 중점적으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었다기 보다는, 주인공 왕룽의 결혼 전부터 죽기까지의 일어났던 일들을 열거한 느낌이다. 때문에, 인생에 대한 고찰 혹은 가슴 속 깊은 감동이라기 보다는 어느 중국인 농부의 인생 역경을 극복하는 영화 한 편을 본 듯 하다.
영어 타이틀로는 <The Good Earth>라고 한다. 새삼스레 소설이 출판되었던 그 당시를 상상해 본다. 서양사람들 기준으로 봤을 때, 동양의 크다고 하는 중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그리고 그 안에는 주인과 종의 관계가 묘사된다. 마치 우리의 양반과 종의 관계인 것처럼... 게다가, 어린 아이때부터 여자 아이의 발을 묶어서 크지 못하게 하는 '전족'이라하는 중국의 풍습을 볼 수 있다. 몇 대가 같이 모여 사는 대가족의 문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작은 아버지의 가족들도 부양해야 하는 의무가 당연시 받아들여지는 가족문화, 지아비는 하늘이고, 그에게 절대 복종하는 아내가 미덕인 풍습, 결혼은 단지 부모들간의 약속으로 이루어지고, 종으로 사는 계집은 주인이 정해주는 데로 결혼하고, 첩을 집안에 들여놓는 것도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풍습... 이 모든 것들이 그 당시 서양인들에게는 회괴한 충격으로 받아 들여지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그 당시 소위 '베스트셀러'라고 유명세를 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그러나, 내가 받은 이 소설의 느낌으로는 그럴듯한 인생영화 한편으로만 받아들여 질 뿐, 최근에 읽었던 <소년이 온다>와 같은 여운은 없는 것이 아쉽다. 단지, 왕룽의 고난과 역경의 극복기, 그런 그를 헌신하며 내조하는 아내, 그렇게 얻게 된 성공, 성공이 불러오는 자만감, 그리고 빠져드는 쾌락, 헤어나오지 못하는 색욕, 결국 타락한 부자의 모습이 되고, 헌신했던 아내의 죽음 후에 갖게 되는 미안함, 자식들간의 갈등, 나이가 들어 자신의 죽음을 맞게 되면서까지 자기를 살려왔던 '땅'은 절대 팔아선 안된다는 절규의 몸부림을 치는 왕룽의 모습을 보이며 결말을 맺는다. 그리고 그 때, 두 아들은 그런 왕룽의 뒤에서 서로 눈을 맞추고, 곧 아버지 왕룽이 세상을 떠나면, 그 땅들은 팔아 버릴 것이라는 암시를 두고 1부의 책은 마친다.
2부와 3부의 제목을 인터넷으로 찾아본다. <아들들>, 그리고 <분열된 일가>이다. 1부를 읽고 나니, 제목으로만 보아도 2부와 3부가 어떻게 전개될 지 대략 가늠해 볼 수 있겠다. 읽지 않고서 지레짐작하는 편견을 가져서는 안되겠지만, 2부와 3부를 연이어 바로 읽고자 하는 마음이 솟구치지는 않는다. 하루나 이틀... 잠잠히 기다려보다가 나의 감정에 그냥 내맡겨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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