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독서 후기

그리스인 조르바 - 두번째 읽은 후...

하늘 독서 모음 2024. 9. 7. 23:07

좋은 책은 역시 최소한 두 번은 읽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 세대가 지나면서도 여전히 독자들에게 읽혀지고 있는 책들이라면, 그 가치를 가늠해 볼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소설속의 '나'는 바로 작가 자신을 뜻하며, 그는 2년여에 걸쳐 형이상학적 논리에 사로잡혔던 '부처'에 대한 미완성인 원고를 붙들고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런 때에 바로 영혼의 몸부림, 즉 삶의 자유, 축복, 완전함 등의 실제모습으로 표현되어 나오는 '조르바'를 만나게 된다. 물론, 작가 자신도 종이에 쓰여진 논리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세계에서 배울것이라는 욕망이 있었기에, '조르바'를 알아보게 되지 않았을까? 작가 자신도 고백하기를 '조르바'는 그에게 삶에 대한 사랑(열정)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을 가르쳤다고 할 만큼, 작가의 삶에 있어서의 빼 놓지 못할 'guru(선생)'였다.     

 

첫번째 읽었을 때는, '조르바'의 삶을 대하는 열정 혹은 자세, 세상을 보는 관점, 죽음을 대하는 자세 등을 보면서, 흔히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책에 쓰여진 논리가 아니라, 몸으로 부딪히며 찢기고 거쳐왔던 그의 "진짜 삶"을 보는 데에 감탄했다. 두번째 읽을 때는 그런 '조르바'를 보면서 소리내어 웃고 있는 나를 봤고, '조르바'의 모습과 '붓다'의 모습 혹은 가르침이 overlap되면서 작가가 가졌던 경외감을 이해해 가는 나를 보게 되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추가로 형광펜으로 칠했던 부분을 따로 읽어가며, 그런 '조르바'의 모습이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모습이 되는 부분과 겹치며 감동받는다고 해야할까? 살아가면서, 저울질을 할 때, 때론 갈팡질팡 할 때, 때론 절망을 받아들일 때... '조르바'를 떠올리는 삶이 되어야 하겠다. 

 

'Carpe Diem' 라틴어로의 표기, 영어로는 'Seize the day', 한글로는 '오늘을 즐겨라'가 바로 '조르바' 삶의 핵심은 아닐까? 작품해설 부분에 적힌 이 한마디 문장은, Thick Nhat Hahn 스님의 바로 순간에 대한 Awareness를 뜻하고, 작가 Byran Katie의 설겆이를 하는 그 순간에는 오직 설겆이하는 그 순간을 사랑하는 그녀의 눈이 들어 있었고, 법정스님이나 Henry David Thoreau의 오두막 혼자 살던 모습이 들어 있었으며, Hermann Hesse의 소설 '싯다르타'에 있었고, '조르바'의 행동과 생각에 들어 있었으며, 이는 '붓다'의 가르침이었던 것이다. 아마도 불교를 종교로 믿지 않는다하더라도, '붓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독자가 읽게되면, 그렇지 않은 독자가 읽는 것보다는 '조르바'의 삶이 보다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을까? 혼자 생각해 본게 된다.